“몇 년 동안 건들건들 공부한답시고 선원에 나온 것보다 오늘 하루 체험으로 느끼고 배운 것이 더 많았다”.

송년 법회에서 오렌지색 재킷을 입고 행사 진행을 도왔던 어느 법형제가 막걸리 잔을 앞에 둔 조촐한 뒷풀이 자리에서 토로한 술회입니다. 지난 몇년간 동지 혹은 송년 잔치를 준비해 왔던 저로서, 이번 송년법회는 그동안 제가 지녀왔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떨림이 없어지기 전에 외람되지만 간단한 글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송년법회는 처음부터 성공이 보장되었습니다. 먼저, 큰스님을 추모하자, 그리고 그 슬픔을 다시 한 차원 높은 정진으로 이끄는 새로운 계기로 승화하자라는 것이 이번 송년법회의 큰 컨셉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첫 번째 계기로 삼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 생각은 법회 마지막에서 장엄하게 법당을 울렸던 풍물 소리에서 구현되었습니다. 송년법회의 컨셉이 구현되는 데에는 지원장 스님의 말씀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모든 신행회가 다 참여하여 대 화합의 장을 만들어 보세요.” 이런 맥락에서, 이번 송년법회는 진행의 성·패에 관계없이 이미 성공한 것이 되었습니다.

크든 적든, 모든 공연은 소수의 기획단이 아이디어를 내고 소수의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이번 우리의 송년법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음 이런 일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시쳇말로 거의 ‘멘붕’에 빠졌지만, 거듭된 연습과 성찰을 통해 모두의 마음이 모여지면서 결과는 사회의 전문 공연단 수준에 못지않은 공연이 되었습니다. 멋진 무대에 직접 올라간 도반들만 백여명에 달하였고, 그동안 연습, 준비 과정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도반들은 그보다 더 많았습니다. 비록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지만 무대 아래에서, 복도에서 행사가 물흐르듯 진행되도록 땀 흘린 진행요원, 현장 감각이 떨어지는 갑갑한 영사실에서 무대 위의 움직임에 맞추어 완벽한 조명, 음향, 영상을 보여주신 분들, 지난 발자취 동영상을 기획 제작해 주신 분의 공력, 미리 만들어둔 멘트에 끄달리지 않고 분위기를 파악하여 멋들어지게 사회를 해 준 젊은 재치가 따악 맞아떨어진 그야말로 수준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세 분 스님의 마음 쓰심은 더욱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수많은 팀들을 상대로 일일이 조언과 지원, 상담을 해 주시고 긴 연습기간 동안 수많은 대중공양으로 출연진과 스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신 혜관, 혜공스님은 물론, 총 연습을 마친 후에는 전문가 수준의 조언을 해 주시고, 큰스님 추모 동영상을 직접 챙겨주시고 심지어 행사 현장에서조차 일일이 한 팀 한 팀의 공연 내용에 맞추어 격려의 메시지를 주신 지원장 스님의 원력에는 정말 경외심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송년법회의 진정한 승리자는 도반 한분 한분들이십니다. 무대에 직접 올라가셨든, 준비에 진력하셨든, 지원에 땀을 흘리셨든, 모든 분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직도 땀이 밴 오렌지 색 재킷을 입고 그렇게 말씀해 주신 법형제님, 법형제님이 좁은 복도에서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면서 출연진들의 입장을 통제하시면서 저절로 마음속으로 뇌었다던 “한마음 주인공”, 그 진언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큰 스님의 가르침이 바로 체험으로 나온 것입니다. 400여 도반은 지난 22일 저녁, 다 같은 체험을 나누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큰 스님, 스님분들, 그리고 도반 여러분들!